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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칼럼]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를 못 타게 해서는 안 된다”...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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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칼럼]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를 못 타게 해서는 안 된다”...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이유
  • 이준호
  • 승인 2019.11.04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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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 1학년 이준호

 지난 25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25년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고교 서열화로 인한 사교육 부담 증가와 부모의 소득에 따른 기회의 불평등이 그 이유로 제시되었습니다.

 다양한 교육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킨다는 명분으로 확대된 자율형 사립고가 결국 고교 서열화의 원인이 되고, 사교육에 대한 부담을 증가시키며, 사회적 통합을 저해한다면, 이를 실패한 정책으로 보고 폐지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지금과 같이 자사고·외고 등의 존폐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오고 가는 상황 속에서, 과연 자사고·외고의 폐지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있을지 따져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사고·외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이유를 몇 가지로 추려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4년제 대학의 등록금에 준하는, 혹은 수 배에 달하는 학비는 부모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결과적으로 경제적 지위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질에 차이가 생기며,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 31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의 이념에 맞지 않는 것이 됩니다. 자사고·외고에 입학하기 위해, 그리고 입학 이후에 불필요한 경쟁을 야기합니다. 대한민국의 자사고·외고는 ‘입시사관학교’로 변질한 지 오래입니다.

 경제적 부담에 대해서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선발 비율을 높이고, 장학금의 보장 범위와 내용을 합의해 나가는 등의 방법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경제적 부담만을 근거로 들며 폐지의 여부만을 논하는 극단적인 결정 방식은 합리적이지 못합니다. 여기에, 자사고·외고의 폐지가 오히려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른 교육의 양극화를 야기하는 것이 아닐지 고려해야 합니다. 자사고·외고의 폐지에 대한 결과로 사교육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오히려 유학 등의 방법을 통해 특성화된 교육의 소비자가 고소득층으로 축소될 여지가 다분합니다.

 입학의 과정에서 불필요한 경쟁을 야기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자사고의 학교 선생님들과 조금만 이야기를 나눠본다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학생의 선발에 있어서 단순히 다른 지원자에 비한 비교적 우위보다는 개인의 우수성에 중점을 두고, 화려한 언변보다는 생각의 깊이를 보고자 하는 자사고·외고의 학생 선발 과정에서,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비논리로 들립니다.

 입학 후에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우수한 학생을 모아놓았다는 것이 격화된 경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제가 자율형 사립고에서 직접 겪으며 느낀 바입니다. 물론 옆자리의 친구를 보며 조금의 경쟁심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경쟁심 또한 일반고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또 긍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변화의 방향은 특정 정책의 대상이 되는 집단의 의견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자사고·외고 재학생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경쟁을 없앤다는 주장을 이유를 든다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한 대학생을 인터뷰한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자신이 자율형 사립고에 지원했던 이유는 다변화된 교육의 추구가 아니라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함이었다고 했고, 이를 근거로 들며 해당 글에서 자사고·외고는 ‘입시사관학교’로 변질한 지 오래라고 주장하며 자사고·외고의 폐지를 지지하고 있었습니다.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것,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봐야 할까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성적인 사람은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려고 합니다. 교통사고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원인이 운전자의 부주의였다면 대중에게 경각심을 주는 광고를 제작할 수 있고, 자동차의 설계상 결함이 원인이었다면 리콜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해마다 늘어가는 교통사고의 수를 근거로 제시하며 법적으로 자동차의 운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자사고·외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자 하는 것의 이유를 대학의 서열화와 학벌주의에서 찾지 않고 자사고·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함으로써 문제 발생의 여지를 말살하고자 하는 정책을 저는 지지하지 않습니다.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은 채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를 감추기에만 급급하다면 발전은 있을 수 없습니다.

 자율형 사립고는 다양한 교육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2010년에 확대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나 10년이 채 안 된 지금, 균등 교육을 중시해야 한다며 폐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교육과정의 개정, 정시의 확대 등으로 교육 정책이 여러 방면에서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혼란스러워하는 학생들입니다. 교육정책의 변화가 당사자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채 정치인들의 표 얻기 수단으로 전락한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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